논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은
  • 주)남순타임스 기자
  • 승인 2016.07.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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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청 총무과장 양정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농업이라는 얘기다. 백과사전에 논이란 답(畓) 또는 수전(水田)이라고도 한다. 바닥은 판판하며 둘레를 흙으로 두렁을 만들고, 관배수(灌排水)를 조절하기 위하여 관개수로로부터 물이 흘러 들어오는 곳에 취수(取水) 물고를, 물이 흘러 나가는 곳에 배수(排水) 물고를 만든다. 논에는 주로 벼를 재배하지만 그 외에도 물을 댄 상태에서 왕골·택사(澤瀉)·미나리·연근 등을 재배한다고 한다.

벼를 재배할 때 논물의 수심은 2∼10cm를 유지하지만 생육기간 동안 보온이 필요하거나 뿌리에 산소를 공급해주고 불필요한 분얼(分蘖)을 억제하려 할 때는 수위를 높이거나 물을 떼어주기도 한다. 논은 관개수를 확보해야 하므로 저습지의 토지, 분지저부(盆地低部),하천유역, 해안의 델타지역, 계곡의 저지대에 보통 분포하지만 경지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해발고도가 높은 곳이라도 수리시설이 확보되면 논을 만들 수가 있다.

논의 종류는 관개수의 배수상태에 따라서 건답(乾畓)과 습답(濕畓)으로 나누는데, 건답은 배수가 좋고 작토(作土)가 깊으며 투수성(透水性)도 비교적 양호하고 퇴비·구비(廐肥:외양간 두엄)를 다량 시용하여도 이상환원(異常還元)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벼의 생육에 이상적이며, 다수확 논이 여기에 속한다. 건답은 벼를 수확한 후 밭상태로 맥류 등 후작물을 재배하는데, 이를 답리작(畓裏作) 또는 이모작(二毛作)이라 하며, 한국에서는 남부지방에서 주로 실시된다. 습답은 배수가 나빠 항상 물을 댄 상태로 있어 토양의 환원이 심하고 생산력도 낮으며 답리작을 할 수 없는 불편도 있다.

논에 벼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경운(耕耘)·쇄토(碎土)·관수(灌水)·논두렁바르기·써레질 등의 작업을 하고 이앙작업(移秧作業)을 쉽게 하기 위하여 논바닥을 고르고 수위를 균등히 하며 비료 및 유기물을 작토층에 고루 섞어 넣는다. 세계의 논의 분포는 주로 벼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북위 51 °에서 남위 35 °의 지역에 걸쳐 있는 약 35개 국가이며, 동남아시아 각국과 동북아시아 중국·한국·일본·타이완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흔히 농업을 생명 산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업을 중시한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의 발달은 농업의 이런 위상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들인다. 그만큼 농업에 대한 인식과 전통적인 생산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인식이 왜곡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농업은 궁극적으로는 대체수단이 없는 자원이다. 따라서 당장의 손익을 따져서 그 가치를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농업생산이 단순히 경제성만을 따져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그 중 쌀은 가장 기본이 되는 작물이다. 쌀은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민족의 주식(主食)으로 자리 잡아왔다. 단순한 식량 문제를 넘어 역사와 문화,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먹을거리가 다양해지고 쌀 소비가 줄어 들면서 전통적인 농업기반이 흔들린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소비량은 1982년 156.2㎏이었으나 지난 2013년에 이미 그 절반 수준인 69.8㎏으로 반 토막이 났다. 소비가 줄고 개발 바람까지 가세하면서 농업기반이 위축돼 간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쌀농사 수익률은 10㏊당 총수입에서 생산비를 뺀 순수익이 30만2,034원으로 전년에 비해 10.3% 떨어졌다. 수익률마저 하락하면서 사정이 더 나빠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식량은 생명과 직결돼 있고 한 번 무너진 농업기반은 되돌리기가 어렵다.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 여기에 있다. 논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저 경지면적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 물을 가둬 조절하는 역할과 다양한 생물자원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로서의 더 많은 유·무형의 기여가 있다. 논이 준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가치의 사슬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뜻이다.이대로 논밭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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