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한루원 600주년 행사, 시민은 ‘푸대접’
  • 우용원 기자
  • 승인 2019.08.1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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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행사 고위 공직자·주요 인사만 입장해, 초청 시민 7000여명 갈 곳 없어
남원시, 기념행사 준비 과정에서 시민 제외한 참석 내빈 구성 사실 드러나
시민들 “인권침해 고발장 접수” “초청명단제외”… 국민권익위 조사 여부 관건
광한루 누각 모습

 

전북 남원시가 광한루원 600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념행사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인권침해를 논란이 일고 있다.

기념행사에 고위 공직자와 주요 인사들만 입장시켜 행사를 진행하고 초청한 7000여명의 시민들은 단 한명도 기념행사에 입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념행사에 참석할 수 없는 시민들은 먼 발치에서 장애물 틈 사이로 훔쳐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남원시는 광한루원 600주년을 맞아 세금 1억원을 들여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2박 3일에 걸쳐 막걸리 축제와 함께 진행됐다.

논란이 이어지는 대목은 시민들은 입장할 수 없고 고위 공직자들과 주요 기관 회장 및 기업 임원만 광한루 누각(樓閣)에 올라 진행한 기념행사.

기념행사는 기념식수를 시작으로 성주굿, '광한루가 어떻게 600년을 버텼나'를 주제로한 연혁낭독, 편액낭독, 한푸리 가무악 예술단의 예술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앞서 남원시는 이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행사장에 참석할 내빈들을 구성하면서 시민들은 제외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임순남타임즈가 입수한 기념식 초청 대상자를 살펴보니 전북도청을 비롯한 14개 시군 단체장, 남원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남원시의원, 남원지법 남원지원 지원장, 전주지검 남원지청 지청장, 남원경찰서 서장, 남원교육지원청 교육장, 남원소방서 서장, 남원우체국 국장, KT 남원지사 지사장, 남원상록골프 대표, 전북은행 남원지점 지점장, 국민은행 남원지점 지점장, 남원고등학교 고장, 육군 제7733부대 대령, 남원준법지원센터 센터장, 어린이집연합회 회장, 남원시출입기자, 前 시장, 前 국회의원 및 사회 주요 각 계층 인사 2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초청 명단 가운데 일반 시민들은 단 한명도 없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광한루원 600주년 행사'가 현대판 양반과 노비를 나눠 인권침해를 당한 것 같다고 법적대응도 거론하고 나섰다.

K씨는 "나라님들은 광한루 누각에 올라 풍악을 울리고 요란을 떨면서 시민들은 폭염속 길거리에서 막거리나 마시며 땀을 뻘뻘 흘리며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어이가 없다"며 "지금이 어느시대인지 구분이 잘 안간다"고 꼬집었다.

J씨는 "사람 인권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단체장이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고 시민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은 인권침해다"며 "사랑의 편지를 타임캡슐에 담으라고 떠드는데 '인권침해'로 고발장을 접수해야할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행사를 주관한 남원시 한 부서는 "내빈 초청은 다른 부서에서 한다. 우리는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다른 지자체에 진행하는 기념적인 행사는 시민들이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남원시는 시민들을 제외시킨 '광한루원 60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해 시민들이 인권침해 여부를 주장하고 나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광한루는 1419년 조선시대 황희 정승이 누각을 짓고 광통루라 불렀으며, 600년이 지난 2019년 남원시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 전후를 광한루 60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행사를 진행했다.

또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라 불린 광한루는 옥황상제가 사는 궁전을 뜻하며 팔작지붕형태의 누각으로 보물 제281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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