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농업분야 타격 안가게 대책 마련을
  • 우용원 기자
  • 승인 2019.10.3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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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용원 편집국장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논의를 거친 결과 1995년 WTO에 가입하면서부터 유지해 온 농업 분야 개도국 특혜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코 보호무역이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우리의 산업구조와 수출입 손익 계산에서는 타당하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농업 분야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향후 협상에서 개도국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기존 협상에 의한 특혜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계속 유지되는 것이고 재협상도 먼 훗날의 일이어서 당장 충격이 미치지 않는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개도국 특혜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결정은 우리 정부의 순전한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사실상의 압박에 의해 타의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7월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관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마감 시한이 지난 23일까지였다. 비단 WTO의 개도국 지위만이 아니다. 자동차 관세부과, 한미 방위비 협상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협상에서 압박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우리 정부가 고심 끝에 결정한 배경으로 실익을 우선한 고육지책이다.

우리 정부는 1995년 WTO 가입 당시 개도국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국내 산업에 미치는 충격이 큰 사안이었던 탓이다. 그러나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역시 국가경제 차원의 유불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 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 분야에 불어닥칠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껏 그래 왔고 향후에도 매한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개도국 지위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나오자 농민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이유다.

홍 부총리는 농업인들이 요구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실질적인 대책, 정책적 배려와 적극적인 지원이다. 비록 당장은 아닐지라도 농업 분야에 미칠 파장을 간과할 수 없다. 우리 농업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말처럼 쉽지 않은 구조여서다. 농업 체질개선, 생산성 배가, 부가가치 창출 등이 과제다.

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농촌사회에 드리운 불안감을 걷어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반듯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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