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제도만 바꾼다고 교육이 공정성 확보되나
  • 우용원 기자
  • 승인 2019.11.12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용원 편집국장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 정책만큼 변화가 심한 정책은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정시 비율을 30%까지 늘리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8월 대입 개편안을 발표해 또 한차례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정시 확대로 고교는 물론 학부모와 교육계 전체가 큰 멘붕에 빠졌다. ‘조국 사태’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일부 특권층의 학벌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지시로 1년 전에 결정한 대입 정책이 또 뒤집혀 버린 것이다. 이에 다양성·창의성 높은 학생 선발을 위해 2007년 도입된 뒤 지속적으로 상향돼 온 학종 중심 대입 제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교육계와의 조율이나 국민 의견 수렴 없이 불쑥 발표된 탓에 일선 고교와 학부모, 교육계에서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임실, 순창, 남원 지역을 포함한 전라북도 내 고교 대부분은 지금까지 수시 확대 기조에 따라 내신과 학교생활을 강화하는 형태로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전체의 80%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이 늘어날 경우 학종을 준비했던 지역 중상위권 학생들이 서울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기존 수시 중심의 교육과정에 수능 준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일선 교사들도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건 당연하다.

학부모들의 걱정은 무엇보다 사교육비다. 수능 중심의 정시 비중이 늘어날 경우 다시 사교육 경쟁이 치열해져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 수업만 잘 들어서 수능이 대비가 된다면 모를까 대부분 인터넷 강의나 과외 등을 찾게 될 것이고 결국 돈 없는 학생들만 불리해질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계의 반발 또한 거세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정시 확대는 학교 교육의 파행을 부른다”며 반대 성명까지 냈다. 정시 확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부 정책과 상충하고 대학의 학생 선발권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공정성은 그저 대입 제도만 바꾼다고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종에는 분명 개선책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급격하게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대학 입시는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기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졸속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교육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백년대계가 갈팡질팡하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