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돌아온 '정치거물 이강래'…"지역 위기 고민하고 비전·해법 찾겠다"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9.12.22 22: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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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직했다.

정치를 꿰 뚫어 보는 눈빛이 그랬고, 정치 거인으로 성장한 그 모습에서 듬직함을 느꼈다.

8년 만에 고향으로 되돌아온 이강래(66)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지난 27일 전북 남원시 시청로 자유빌딩2층(구,미래예식장)에 사무실을 낸 이 전 사장은 도움을 요청하는 주민들 하소연에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고향인 남원에서 정치 재개 기지개를 편 그는 지역의 큰 현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고, 예산 배정 및 국가 발전 계획에서 동부권이 소외되는 것을 보고 막중한 책임감이 짓누르고 있다고 한다.

"커다란 강래가 되서 돌아오겠다"는 지역 주민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1990년 김광일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이듬해 김대중 통합야당민주당 대표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후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고 다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와 청와대 정치를 두루 섭렵한 그는 "이제 내 힘으로 낙후돼가는 고향을 발전시킬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1999년 12월 고향으로 발을 내밀었다.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매력에 흠뻑 취한 남원ㆍ순창 주민들은 이강래에 매료됐다. 결국 이 전 사장은 조찬형 새천년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금뱃지를 거머쥐며 남원과 순창을 바꿀 수 있는 시작점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내리 3선을 지낸 이강래는 2009년 민주당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이후 중앙에서 혼돈에 빠진 민주당을 진두지휘하며 살얼음판 위에서 정치 거인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강동원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고, "큰 강래가 되서 내려오자"는 꿈을 위해 무대를 중앙으로 옮겼지만 이 마저도 실패했다.

이 전 사장은 초심을 되돌아보고 국민들 삶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현실 정치에 매진했다.

청와대와 국회에서 보지 못한 문제를 접할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저려올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청와대와 국회, 현실정치까지 섭렵하다 보니 어느덧 한국도로공사 사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

거울에서 비치는 서리 내린 머리보다 큰 정치인의 부재로 고향이 낙후되어가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청와대와 국회에서 자신있게 낼 수 있도록 도공사장 자리를 박차고 고향으로 향했다. 또 젊은 시절 보지 못했던 주민들 삶의 애환을 어루만질 수 있도록 손길을 내밀고 있다.

정치 거인이 된 이강래는 마음이 차분하다. 지역 주민들을 품을 수 있고, 또 지역의 목소리를 자신의 마음에 담아 국회에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임순남타임즈에서 고향에 되돌아온 이강래의 생각을 신문에 꾹꾹 눌러 담아봤다.

Q1. 고향에 되돌아온 소감은 어떤가?

이강래 : 2012년 4월 낙선이후 가급적 지역의 공식행사나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현역의원과 그를 선택하신 주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 지역의 모든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다만 2014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지역위원장으로서 그리고 지역의 우리 당원동지들에 대한 도리라 생각하여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후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번 정도 내려오며 내가 추진하고 지원했던 교통관련SOC와 도시가스 추진상황 등은 관심 있게 보아 왔다.

또한 백두대간 생태공원과 전시관을 비롯한 주요 시설들을 돌아보며 설립의도와 맞게 잘 운영되는지 조용히 다녀가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최근 들려오는 지역의 숙원사업들이 정체돼 있다는 것과 내가 떠난 뒤 새로운 시작들보다 끝나고 사라진 것들이 많아졌다는 것에 고향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Q2. 군산이 군산형 일자리를 비롯한 전기차 등 온갖 특혜를 받을 때 남원은 여당이 지방선거때 약속한 공공의대조차 국회 문턱도 못 넘고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시골에서 의사가 없어 죽어나간다는 절규의 목소리도 닿고 있지 않다. 정치력이 너무나 무력해 분하다. 공공의대를 풀 방법은?

이강래 : 군산과의 상대적 문제는 별도로 말씀드리겠다.

우선 국립공공의료대학의 문제부터 짚어 보면 최근의 전개 상황들이 마치 여당인 민주당의 의지가 부족한 것처럼 비칠 우려스러운 표현들이 일부 있다. 그로인해 민주당의 적극성에 대한 지적들이 있는데 본질적 문제는 자유한국당 소속 해당상임위 의원들의 반대가 더 큰 문제라고 본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지금 우리 주민들이 국회 앞 피켓시위를 하는 것도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되겠고 의료노조와 손잡고 의사협회를 압박하는 것 역시 그중의 하나이듯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화분 하나를 키워 꽃과 열매를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도 물과 햇빛 그리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듯 필요한 때에 필요한 방식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내가 지역에 내려오기 직전 이해찬 대표를 통해 당의 의지를 확인하니 자유한국당의 전향적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확인했다. 반대하는 입장도 함께 확인해본 결과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주도하는 두 국회의원의 문제는 두 가지였다.

공공의료의 질이 낮아질 것에 대한 우려 그리고 전남의 의료배정인력과 전북의 의료배정인력에 대한 비교였다.

이외에도 의사협회를 비롯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부분들도 따져보는 등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힘에도 관계를 읽는 기술이 필요하다. 오랜 국정경험과 여야를 넘나든 정치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차분히 풀어낼 생각이니 잘 지켜봐 주길 부탁드린다.

 

Q3. 남원, 임실, 순창을 위해 무엇을 생각해왔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강래 : 우리나라 정치권은 전북하면 새만금 그리고 군산을 이야기한다.

마치 그 지역이 전북 경제의 상징이 된 것도 사실에 가깝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받은 서남대 폐교문제 조차도 새만금과 군산 문제에 밀려나게 됐다고 본다. 이미 전북도에서 동부권 특별회계 등을 통해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들은 하고 있다지만 도 차원에서 해결할 사항과 정부차원에서 해결할 사항은 별개의 문제라고 판단된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미래 농촌지역을 준비하는 일을 중앙정부가 광역단체를 통해 균등하게 내려 보내는 나눠 먹기식의 사업에 의존할 일이 아니라 국가 정책사업의 지방으로의 유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국가 정책의 흐름을 읽어 내고 그 흐름에 맞는 정책을 주도할 때만 실현 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지역에서의 정책 실현이 관건이다.

전국이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경제는 늘 어려웠지만 역사적 시기별로 그 어려움을 피한 지역은 수도권지역이나 구미공단처럼 국가 정책을 실현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는 과거와 달리 정부주도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미 경제의 주도권은 민간으로 넘어가 있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업을 독려하거나 공공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게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기회는 있다. 갈수록 고령화되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위주로 추진되는 주민주도형 사회혁신파크의 농촌지역모델을 우리지역에서 시작해 농촌지역사회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는 일. 대기업의 유치보다 현실적으로 지역 성격에 맞는 지속가능한 사업들을 전국단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사업을 찾는 일. 

이런 일들을 통해 이강래가 민주정부와 함께 민주정부 안에서 지방 융성의 대표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임을 말씀드린다.

 

Q4. 총선 출마 결심과 앞으로 각오는?

이강래: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내가 지역을 떠나있던 사이 안타깝게도 최근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정체된 지역의 숙원사업과 새로운 시작들보다 끝나고 사라진 것들이 많아졌다는 것에 지역민들의 위기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우리 지역은 저출산,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대내외적으로도 큰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시대에는 미래를 대비할 역량이 필요하지만 정치부재에 대한 우려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런 이유로 다시 지역에서 큰일을 준비하는 데에는 많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했다.

개인적으로는 문재인정권과 함께 정부 일을 하며 국가에 봉사하는 것으로 정리하려 했으나, 작금의 지역 상황에서는 국정경험과 여야의 지도부를 역임한 저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많은 분들의 권유로 긴 고민 끝에 내가 나서서 지역 상황을 정리해주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에 피하지 않고 이렇게 나서게 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는 변화의 흐름을 읽는 일이 중요하다.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민주정권에서 지방 융성의 모델을 우리 임순남에서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

 

Q5. 지역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강래 : 지난 2012년 4월 이후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마음 깊이 새기며 자숙의 시간을 보내왔다.

40대 초반부터 국가의 중책을 맡아오며 나라 일을 우선에 두고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나의 성장이 지역의 성장이라는 잘못된 생각으로 나라 일이 급해 지역민의 목소리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탓에 지역민에게 호된 질책을 받고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됐다.

2012년 6월부터 서울대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며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가 2014년 지방선거를 마치고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돼 지역을 떠나게 됐으나, 또 한 번의 좌절을 겪게 됐다. 이후 대선에서 백의종군하며 정권창출의 밀알이 되고 난 뒤 정부 일을 찾던 중 도로공사를 가게 됐다.

그간 지역을 떠나 있었으나 늘 지켜보며 송구함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껴왔다.

그때 더 살갑고 따뜻하게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오고는 했다. 주민들이 8년 전 들었던 회초리를 거둬 준다면 우리지역의 100년 미래를 준비하겠다. 먼 길을 돌아 지역에 다시 선 이강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리며, 오늘 이후로 많은 분들 찾아 뵙고 인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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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 2019-12-23 00:15:34
좃까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