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수십 억 쏟아부은 마을 무선 앰프 사업…세금 낭비에 무용지물 전락
  • 이경민 기자
  • 승인 2020.02.07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 "불필요해서 철거한다" vs 남원시 "주민에게 꼭 필요하니 수십 억 더 들여 설치하겠다"
지난해 브로커간 뒷돈이 오가고, 빈 집에 설치해 설치비 부풀려 경찰 수사 진행
지난 6일 남원시가 관내 마을 세대에 설치한 무선 가정용 수신기가 철거되거나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
지난 6일 남원시가 관내 마을 세대에 설치한 무선 가정용 수신기가 철거되거나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

전북 남원시가 수십억 원의 세금을 들여 설치한 마을 무선 앰프 사업이 세금 낭비에 무용지물로 전락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시는 시민의 편익을 위해 앞으로 수십억 원의 세금을 더 투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주민들은 필요성을 못 느끼며 자체적으로 철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남원시에 따르면 마을 무선 앰프 사업은 기존에 각 마을회관에 설치된 주민 공지사항 안내방송 시스템을 유선에서 무선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남원시는 각 세대에 '무선 가정용 수신기'를 설치하고 있다.

이 사업은 남원시 시민소통실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총 495개 마을 중 아파트 지역 108개를 제외하고 진행되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3억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설치 후 남원시는 "주민들은 주민 공지사항 안내방송을 야외는 물론 안방에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됐다. 녹음 및 재생 기능도 갖추고 있어 (안내방송을)여러 번 청취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실제 설치 받은 주민들은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왜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터트리고 있다.

임순남타임즈가 50여 가구를 확인한 결과 20 가구의 '무선 가정용 수신기'가 철거된 채 방치 돼 있었다.

이 가운데 3대는 고장났지만 A/S 처리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A 할머니는 신발장에 넣어둔 '무선 가정용 수신기'를 꺼내들며 "안방에 설치해둬서 불빛이 눈에 거슬려 수면에 방해돼서 철거했다"고 말했다.

다른 가구도 무선 가정용 수신기 전원을 빼두거나 철거한 것은 마찬가지.

주민들은 철거의 이유를 '전기세'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B 할아버지는 "우리들은 절약정신이 몸에 배서 불필요한 전등이나 물 한 방울도 아낀다"며 "쓸모없는 제품을 설치해 전기코드를 꼽아두니 괜한 전기세만 낭비하는 것 같아 다 빼둔다"고 말했다.

무선 가정용 수신기 설치하는 업자도 이 같은 상황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업자 C 씨는 "우리 어머니 댁도 '무선 가정용 수신기'를 빼둔 채 방치하고 있다"며 "우리야 하청 받아서 일감이 생겨 좋지만, 솔직히 세금이 아깝다. 주민들이 정말 필요한 곳에 세금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남원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철거하는 것까지 우리가 어떻게 하냐"고 반문하며 "어쨌든 이 사업은 주민들을 위해 꼭 필요하니 올해도 20억 원을 들여 꼭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을 무선 앰프 사업은 지난해 무선 가정용 수신기를 빈 집에 설치해 설치비를 부풀리거나, 브로커와 주민 간 뒷돈이 오가 경찰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