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소식에도 10년간 생명나눈 헌혈 명예대장 박용수 씨
  • 이경민 기자
  • 승인 2020.03.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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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헌혈로 건강과 마음의 행복까지 찾은 박용수씨.
꾸준한 헌혈로 건강과 마음의 행복까지 찾은 박용수씨.

"헌혈로 건강 챙기고 어려운 사람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해요"

10여 년간 200회 헌혈을 통해 혈액이 부족한 사람들을 남몰래 도와온 전북 남원시민 박용수 씨의 말이다. 박 씨의 200회 헌혈 선행이 알려지자 지인들도 헌혈에 동참하며 지역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박 씨가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하게된 계기는 자신의 눈에 어둠의 그림자가 스며들기 시작한 지난 2010년 어느 봄날. 박 씨는 사물이 뿌옇게 보이자 전주의 한 안과를 찾았지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박 씨의 오른쪽 눈의 망막으로 가는 동맥 혈관이 70%가량 터져 실명에 가까워진 것.

충격을 받은 박 씨는 안과를 나와 하염없이 길거리를 걸으며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고, "사회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걷다보니 전북대 헌혈의집을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박 씨는 "군대에서 의무적으로 헌혈을 해봤지만, 웬지 이날부터는 건강이 닿는 날까지 헌혈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헌혈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박 씨의 꾸준한 헌혈로 인해 헌혈증서 또한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니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두툼한 헌혈증서로 혈액이 급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다"는 착한 마음 때문이었다.

그의 이같은 착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KBS의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 이 방송 프로그램은 소년소녀 가정, 결식아동, 장애인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 희귀질환이나, 백혈병 등 난치병으로 힘겨운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여러 사연을 소개하고 있었다.

박 씨는 이 방송을 보고 도움이 필요한 백혈병을 앓는 어린이나 혈액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에게 꾸준히 헌혈 증서를 보냈다고 했다.

박 씨는 또 친구 와이프가 후천성 백혈병을 앓아 그동안 모아둔 헌혈증서를 아낌없이 주기도 했고,  헌혈증서가 차곡차곡 쌓일때 쯤 군대 동기가 후천성 백혈병을 앓는 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헌혈증서를 보냈다고 했다.

이런 선행이 수년째 이어진 2020년 어느 봄 날. 박 씨는 헌혈의집으로 부터 '200회째'를 달성했다며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 유공 '명예대장'을 수여받았다.

박 씨는 "불과 10년전에는 세상이 끝날 것 같은 한쪽 눈 실명 소식을 접했지만, 헌혈을 통해 남을 돕다보니 과분한 상장과 축하를 받아 너무나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꾸준한 헌혈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관리해야하니 자연스레 건강도 챙기고 헌혈증서로 내가 어려운 사람을 직접 선택해서 도와줄 수 있으니 너무나 좋은 봉사다"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헌혈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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