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빚는 임실군의회 축사 이전 조례안…"누구를 위해 개정했나?"
  • 이경민 기자
  • 승인 2020.06.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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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시 의회 동의권 필요’ 조례안 통과 논란…권력 의회·지방자치법 역행 초래
축사 난립·감시 견제 소홀 우려 … 군, 조례 관련 대법원 재소 검토
ⓒ임순남타임즈
지난 19일 오전 전북 임실군의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심민 군수가 축사 이전 관련 개정조례안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순남타임즈

전북 임실군의회가 축사 이전을 명령할 때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정작 임실군의회는 축사 악취 저감을 위한 조례안은 부결시켰지만 군수의 권한을 침해하고 군민들의 자유를 지키려는 삼권분립에 위배된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그 뒷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9일 임실군의회는 본회의를 열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개정된 조례안을 살펴보면 '정책적 판단'에 의해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의회의 동의'를 얻어 축사 이전을 명령할 수 있다는 항목이 신설됐다.

논란을 빚고 있는 대목은 다름 아닌 '정책적 판단'과 '의회의 동의' 부분.

먼저 군민의 삶의 질과 지역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 관련된 조례안이 '정책적 판단'이라는 애매모호한 잣대로 만들어져 법적 분쟁이 난립하고 결국 지역에 독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심민 군수는 조례안 표결에 앞서 “옥정호 상수원 보호구역이 해제됐지만 수질보호를 위해 1km 이내에 축사를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만약 이 조례가 통과된다면 1km 이내에 돈사를 설치해도 막을 길이 없다”고 신중을 기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심 군수는 “의회에서 확실한 거리 제한안을 만들어줘야지 정책적판단에 근거해 의회가 동의를 해준다면 주민들은 '누군 해주고 나는 왜 안 해주냐'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도 막을 길이 없다”고 문제점을 거듭 지적했다.

즉, 축사 인허과 관련된 소송 문제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군민의 삶의 질과 환경 보호를 위해 행정에서 취소하거나 허가를 안 해준 축사에 대해 소송에서 패소로 이어지고 결국 임실군에 축사가 난립할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축사 이전은 군수의 고유 권한이고, 의회는 이 권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야하는데 동의권까지 손에 쥐게돼 권력이 의회로 집중되게 됐다.

특히 축산업 관계자들은 실제 축사를 운영하거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군의원들이 이 개정안을 만들고 허가 권한을 손에 쥔 것 자체가 문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축산업 관계자 A 씨는 “임실군의회 k의원의 가족이 수십년째 돈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악취 때문에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면서 “또 이 축사는 4년 전 항생제 검출로 HACCP 재인증에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입구에 버젓이 HACCP 인증 농장 표지판을 세워두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 씨는 “의회가 행정을 상대로 축사 동의권을 볼모로 다른 요구 조건을 내걸면 이런 부분은 누가 감시와 견제를 하며 막을 수 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B 군의원의 지인은 돈사를 경매로 사들였지만 취소된 허가를 다시 살리기 위해 2년째 임실군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실군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임실군 조례에는 마을내 있는 축사를 밖으로 이전할 수 있는 법이 없어 그 길을 열어준 조례를 만들어준 것이다”면서 “자세한 시행규칙 등은 군수가 직접 만들고 혹여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의회의 동의를 얻으라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실군은 “이번 조례가 나중에 여러가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군민을 위해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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