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과 날숨이 조화로운 배움터
  • 우용원 기자
  • 승인 2013.10.09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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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를 가다

 홍성덕(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1964년도에 개교한 전주대학교는 자유, 진리, 평화의 요람으로 기독교 정신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 올 수시모집에서 도내 최고의 경쟁률을 자치한 전주대학교는 도내 사립대학들이 모두 교육부의 재정지원대학으로 지정되었음에도 유일하게 건장함을 과시하고 있다.

교육만족도 1위, 기독교 명문사학을 꿈꾸는 전주대학교에는 남다른 경쟁력으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학과가 있다. 바로 1978년 사회교육과로 출발한 역사문화콘텐츠학과이다. 사회교육과에서 사학과로 한국문화학과를 거쳐 역사문화콘텐츠학과로 발전해 온 이 학과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연 취업경쟁력에 있다. 전주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는 2011년 7위, 2012년 2위에 이어 2013년 1위의 취업률을 차지하고 있다.

‘역사 공부해서 뭐하며 먹고 살래’라는 푸념이 상존하는 가운데, 73.7%로 전국 역사ㆍ고고학과 중 최고의 취업률을 달성한 전주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 학과의 저력은 무엇일까? 지방대학이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서울권의 대학이 상위에 랭크될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지방대학의 역사학과가 1위를 한 이유를 알아보는 것은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는, 그래서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대학교 전경
각인각색 맞춤 교육으로 승부

73.7%의 취업률은 획일화 된 교육이 아닌 학생의 재능에 맞춘 교육 덕분이다.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는 ‘고고학 양성’ ‘큐레이터 양성’ ‘고전번역 양성’ ‘콘텐츠 기획 양성’ 등 4가지 교육 트랙에 따라 전문가를 양성한다. 물론 이외에 일반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별도의 1:1 취업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고고학 양성과정은 ‘문화재 발굴 전문연구원’을 길러내는 과정이며, 큐레이터 양성은 박물관ㆍ미술관의 학예연구원으로 유물들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직업 인력을 키운다. 고전번역 양성과정은 한문으로 쓰여진 옛 선조들이 기록하여 남긴 책이나 기록들을 현재 우리가 알아보기 쉽도록 한글로 풀어내는 인력을 키운다. 한문을 아는 세대는 점점 줄어 가고 번역해야 할 책은 많은 현 세대에 떠오른 블루칩이라 하겠다. 콘텐츠 기획자 양성은 역사를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 기획자를 만드는 것이다. 역사 속 기록에 2줄도 되지 않는 장금이는 대장금 드라마로 태어나 전 세계를 뒤 흔들고 있다.

이외에도 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들은 별도 맨투맨 관리를 진행한다. 1학년 때부터 모든 학생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지도교수님들과 멘토-멘티가 되어 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진로분야에 필요한 제반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역사학도로서 학생들은 한국사능력시험, 한자능력시험 자격증은 필수이며, MOS와 같은 컴퓨터 자격증도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역사학과이지만 현대 사회가 필요한 분야를 자신들의 진로에 맞추어 하나씩 갖추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4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진로분야별로 그룹을 나누어 본격적인 취업 활동에 나선다. 취업캠프를 통해 취업 실전을 경험하고,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특강과 모의 면접, 이력서 클리닉 등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고 있지 않다.

우수한 교수인력, 최고의 연구과제 수행

지난 9월 모 중앙일간지에서 대학의 인문사회분야 연구능력을 발표하였다. 이 발표에 따르면 역사학 분야에서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는 전국 9위를 차지하였다. 논문 간접 인용까지 점수화한 이 분석은 전주대의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이다.

이 학과에는 총 7명의 교수가 학생을 가르친다. 이들의 전공은 다양하면서도 집중되어 있다. 고고학, 고대사, 근세사의 시대에 정치사, 사회사, 사상사, 외교사, 고문헌 등의 전문 분야가 있고, 이외에도 박물관학, 기록학 분야의 연구능력을 가지고 있다. 시대적으로는 조선시대가 중심이지만 매우 다양한 영역이 포진되어 있어 융합학문의 시대에 적합한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연구프로젝트도 단연 최고이다. 학과 소속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수행하는 연구프로젝트는 연간 10억원에 달한다. 교육부 산하 한국고전번역원의 호남권 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 한문 자료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이 사업은 30년간 수행되는 과제(연간 3억원)이며, 근현대 유학자 사회관계망 연구 사업(연간 2억5천만원)은 2012년부터 10년간 진행한다. 올해부터 3년 동안은 율곡 이이 문집 정본화사업(연간 2억5천만원)을 추진한다.

연간 연구비만 10억원은 인문학에서는 가히 놀랄만한 연구수주액이다. 이런 노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2002년 󰡔여지도서󰡕 번역(2009년 50권 출간)부터 시작해서 2004년 󰡔추안급국안󰡕 번역까지 10년에 걸친 노력의 산물이다. 올해 "추안급국안" 번역서 90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이러한 연구사업은 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설립한 전주대 내 한국고전학연구소(소장 변주승)에서 진행한다. 연구프로젝트에는 대학-대학원-박사학위자(시간강사)-교수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인문학은 일이년 사이에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최소 10년 이상의 연구 기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학 때부터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서 역사학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선순환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춘 계 답 사
사제간의 호흡, 학과만족도 최고

지방대학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교수들의 지방거주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일주일에 3~4일 강의가 있을 때만 거주해서는 학생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없다.

그런데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모두가 전주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수시로 학생들과 함께 마음을 ‘통’하고 있다. 1년 열두달 교수 연구실은 개방되어 있고, 학생들의 소소한 일상까지 교수들이 공유하며 최적의 진로지도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 연구실에는 지도학생들의 프로파일이 빼곡하다. 학생 개개인의 신상과 진로 상담 내역 등을 관리하고 있는 화일들을 학과 교수들 전원이 공유한다. 어떤 학생들이 무슨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지 학과 교수들이 모두 알려고 노력한다. 학과 교수들은 매주 한 차례 반드시 점심을 같이한다.

개인의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면서 회의 겸 점심을 통해 학생들의 동향을 이야기한다. 수시로 학생들과의 소통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수 한 분이 알면 학과 모든 교수들이 다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교수와 학생들의 소통은 학과의 만족도와 학생들의 중도탈락률로 나타난다. 이 학과는 학교 내에서 최고의 학과만족도와 최저의 중도탈락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방대학의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다. 사제 동행제와 같은 프로그램을 서류가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취 업 캠 프
호랑이의 눈빛, 소의 걸음

인문학이 침체를 겪던 시기에도 역사문화콘텐츠학과는 꿈쩍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호시우보(虎視牛步)하는 학과 운영 덕이었다. 호시우보란 눈빛은 호랑이가 먹이를 노리는 것처럼 날카로우나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고, 소처럼 우직하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을 말한다.

인문학의 침체기는 인문학도들에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이었지만 이들은 우직하게 나아갔다. 이겨내리라는 믿음이 있었고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았다는 홍성덕교수(학과장)의 답변이었다.

학생들은 오감으로 역사를 들이쉬고 자신만의 역사를 내쉬며 조화롭게 호흡하고 있었고, 학과는 건강한 정신력과 굳건한 몸으로 이들을 지탱해주고 있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호흡과 건강한 정신, 그리고 굳건한 몸을 전부 지니고 있으니 역사문화콘텐츠학과의 행진은 계속 될 것이다. 호랑이의 날카로운 눈빛과 소의 우직한 걸음으로 지역의 인재가 끊이지 않고 배출되는 배움터가 되기를 바라본다.
 
전주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 (T.063-220-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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