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남원 금암공원이 슬피 울고 있다
  • 임순남타임즈
  • 승인 2020.03.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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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학연구소/전)남원문화원장 노상준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남원학연구소 노상준

남원 사람들의 정서와 애환이 깃든 금암봉(錦岩峰)을 지켜오던 120년이 넘는 노거수 수십 주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어찌된 이유일까?

시의 답변은 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새로운 모습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은 구하지 않고 행정편리대로 베 버린 것이다. 남원시의 개발계획에 있어 본래의 자연환경에 대한 보존의지는 없어 보인다.

무엇을 남기고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성은 이미 사라진 것 같다.

나무는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노거수가 중요하고 이러한 노거수를 보존하는 것은 역사를 보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행정의 잣대로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그 책임이 분명히 따라야 한다. 담당자가 책임을 지든가 아니면 시장이 책임져야 할 것인가 책임지지 못할 일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어떤 일에 큰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는 사업이야 실수나 실패도 있을 수 있으나 자연환경은 다르다. 한번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것은 수백 년의 세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잘못된 공원 환경 조성계획에 따라 전문가와 시민들의 자문도 없이 가장 오래된 노거수를 없애버린 당국이 몹시 원망스럽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금암봉은 남원 팔경에도 나오는 풍치를 즐기는 장소로 귀히 여겨 왔으며 시민헌장탑이 세워져 있고 일제강점기에는 신사가 있었고, 광복 후 원불교당, 예식장 도서관이 있었다. 주변에는 노거수가 군락을 이루고 낙락장송이 운치를 자랑하였다. 우리 선조들이 지켜오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지키며 가꾸어야 할 자연유산이다.

앞으로 후손들에게 우리의 추억을 무엇으로 남겨 줄 것인가? 심한 우려가 남원시민을 슬프게 한다. 이뿐인가?

사직단이나 봉황대 옆에 있던 수백 년 된 버드나무, 고기리 저수지 아래의 소나무도 베어지고 관리소홀로 죽어버렸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광한루원내의 수백 년 된 느티나무도 베어버릴 것인가?

자연을 생각하는 남원시가 되었으면 한다. 금암봉은 아픈 역사도 있지만 오랜 세월 남원인의 기상과 풍류, 민족정신의 뿌리가 있는 곳이다. 개발의 잣대로 재단하는 행위를 더 이상 가하지 말아야 한다. 무지(無知)가 우리의 자연환경을 얼마나 훼손하고 있는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남원 금암봉은 남원시와 더불어 수백 년 남원시민이 지키고 보전하여 온 터전이다.

100억의 가치는 개발이 아닌 보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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